입력 : 2009.10.28 16:16 / 수정 : 2009.10.28 16:16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미국 현지 작명가까지 전화를 걸 정도로 영어 이름 짓기 열풍이 뜨겁지만, 굳이 돈을 주고 짓는 것을 원치 않으면 스스로 지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참조하고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미리(여·25)씨는 서울 모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조씨는 2007년 뉴질랜드에 어학연수에서 영어 이름을 쓰는 같은 동양계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한국 이름인 미리(Mi-lee)와 비슷한 ‘Mi-ri’로 바꾸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 초에 국제회의 등을 기획하는 대형 컨벤션 회사에 취직했다.
조씨는 “국제회의를 자주 기획하다 보니 진짜 영어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웹서핑을 통해 캐시(Kathy) 에마(Emma) 등 이름후보를 물색했다”며 “결국 원래 이름에서 에(E)자만 붙은 ‘에밀리’(Emily)가 정말 좋다는 이름인 걸 알고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 ‘에밀리’는 미국 사회보장국의 ‘2008년 유행 이름’에서 1등을 차지한 이름이었다.
미국 사회보장국(http://www.ssa.gov)에 접속하면 매년 선정되는 ‘유행 이름 1000선’이 올라와 있다. 지난 100년부터 분석해놓은 자료다. 미국 각 주에서 인기가 많은 이름· ‘쌍둥이 형제’에게 제일 적합한 이름·100년 간 가장 인기 많았던 이름 5개가 게재돼 있다. 또 자신이 원하는 영어 이름이 있으면 ‘인기도’를 검색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여 ‘폴’(Paul)의 경우 지난 1979도엔 34위를 기록했지만, 1994년도에 64위, 2008년 들어서는 155위를 기록해 인기가 대폭 떨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야곱(Jacob)의 경우 1979년엔 45위였지만 1999년부터 지금까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사이트만 검색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영어 이름이 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는 이름이 부족하다면 베이비네임즈닷컴(babynames.com)이나 베이비홀드(http://www.babyhold.com/)에 접속하면, 3만개가 넘는 영어 이름의 유래·뜻·성별 사용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이를 테면 에슐리(Ashley)의 경우 ash wood(잿빛 나무)라는 오랜 영국 고어(古語)이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마가렛 미첼의 극 중 이름으로 소개된다. 이와 함께 미국 유명 스타들이 아이들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경향에 대해서도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미국만큼 영어 이름에 관한 사이트가 부족하다. 여성포털 이지데이(www.ezday.co.kr)이 ‘영어 작명’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에서도 최근 ‘한글 이름 영문표기법’ 검색 서비스를 따로 마련해 한글로만 알고 있는 영어 이름의 정확한 표기법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명 전문가들은 영어 이름을 고를 때 몇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꼭 한글 이름과 비슷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범석(Bum suk)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면, ‘bum’은 부랑자, ‘suck’은 실패하다 내지 형편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름을 고르는 것이 낫다. 자신의 이름 한 음절씩 미리 뜻을 알아본 뒤 영어 이름을 짓는 게 좋다.
둘째, 인종을 따져 이름을 져야 한다
작명가 나윤위씨는 “흑인 이름 같은 경우는 피해야 한다. 외부 영어권 사람이 봤을 때 한국 사람 고유의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테면 에리카(Erica), 리하나(Rihanna) 등의 이름이다.
셋째, 자신의 집안 종교·가치관과 유행을 같이 따져봐라
전문가들은 “영어 이름은 종교를 많이 타는 경우가 많아, 영화나 소설에만 나왔다고 지으면 오산”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다니엘(Daniel) 등은 항상 인기 순위에 드는 이름이지만, 성경책에 나오는 이름으로 불교 신자가 쓰면 곤란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미국 사회보장국의 인기 순위 중 여성의 이름은 자주 바뀌지만 남성은 잘 안 바뀐다. 이를 테면 마이클(Michael)은 지난 1954년부터 줄곧 1위 아니면 2위였다. 하지만 여자 이름인 제시카(Jessica)와 테일러(Taylor)의 경우 2000년도엔 8,9위였지만 2008년도는 둘 다 20위권에도 못 들었다. 따라서 실제 영미권에서 살게 될 경우 이름의 근원에 대해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
넷째, 고르고 나면 물어봐라
전문가들은 “이름을 정하면 바로 쓰는 것보다, 직접 자신이 만든 영어 문장에 이름을 넣어 발음을 해본 뒤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 자신과 어울리는 이미지인지, 인터넷 사이트 자료와는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